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 뇌의 도파민과 시간 인지의 비밀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눈을 감았다 뜨면 한 달이 지나가 있고, 어느새 연말이 다가와 있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것입니다. “시간이 화살 같다”라는 말은 단순히 기분 탓일까요? 과학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현상에는 뇌과학적이고 생물학적인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도파민과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을 통해 시간이 빨라지는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뇌의 정보 처리 속도와 ‘새로움’의 관계

어린아이들에게 세상은 모든 것이 처음 마주하는 ‘신비’ 그 자체입니다. 처음 보는 곤충,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가보는 장소 등 뇌가 처리해야 할 새로운 정보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뇌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할 때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상세하게 기억을 저장합니다.

반면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의 일상은 반복되는 패턴으로 가득 찹니다. 출근길, 익숙한 업무, 매일 먹는 식사 등 뇌가 굳이 기억해야 할 ‘새로운 사건’이 줄어듭니다. 뇌는 익숙한 정보를 일종의 ‘압축 파일’처럼 처리해 버리고,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남은 기억의 조각이 적기 때문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2. 시간 인지의 열쇠: 도파민 수치의 변화

뇌과학적으로 시간 인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은 바로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우리가 새로운 자극을 받거나 즐거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뇌의 시계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파민 수치가 높으면 뇌의 내부 시계가 빠르게 회전합니다. 내부 시계가 빠르면 외부의 1초 동안 뇌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외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인지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이가 들면서 뇌의 도파민 분비량은 점차 감소합니다. 내부 시계가 느려지면서 외부의 사건들을 듬성듬성 파악하게 되고, 이는 곧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3. 심리학적 관점: ‘회상 효과’의 함정

프랑스의 철학자 폴 자네(Paul Janet)는 ‘시간 비례 법칙’을 제안했습니다. 10살 아이에게 1년은 자기 인생의 10분의 1이지만, 50세 성인에게 1년은 인생의 5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삶의 전체 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1년이라는 단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면서 심리적으로 더 짧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과거를 회상할 때 기억의 ‘밀도’로 시간을 측정합니다. 나이가 들어 기억할 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일 년은 기억의 저장소에서 아주 짧은 구간만을 차지하게 되어, “벌써 일 년이 지났나?”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4. 대사율의 저하와 생체 시계

생물학적으로 우리 몸의 대사 속도 역시 시간 인지에 영향을 줍니다. 어린아이는 심박수가 빠르고 체온이 높으며 에너지 대사가 활발합니다. 생체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신진대사가 느려집니다. 심박수와 호흡이 안정되면서 몸의 리듬이 느려지면, 상대적으로 외부 세상의 변화는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세상(아이의 시선)과 일반 카메라로 찍은 세상(노인의 시선)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뇌의 에너지 절약 모드: 익숙함의 역습

우리의 뇌는 매우 효율적인 기관입니다.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익숙한 정보는 뇌의 ‘자동 항법 장치’에 맡깁니다. 운전자가 매일 가는 길을 무의식적으로 운전하듯, 나이가 든 성인의 일상은 뇌가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 ‘에너지 절약 모드’로 흘러갑니다.

이 모드에서는 뇌가 세부 사항을 기록하지 않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같습니다. 특별한 기억이 없는 며칠, 몇 주가 통째로 기억에서 삭제되면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6.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비록 나이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시간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은 존재합니다. 핵심은 뇌에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1. 새로운 취미 시작하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악기나 외국어를 배우면 뇌는 다시 어린아이처럼 정보를 정밀하게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2. 낯선 길로 가기: 매일 가는 길 대신 새로운 경로로 이동해 보세요. 뇌가 주변 환경을 탐색하며 다시 활성화됩니다.
  3. 마음 챙김과 명상: 현재 순간의 감각에 집중하는 훈련은 뇌가 찰나의 시간을 더 밀도 있게 인지하도록 돕습니다.
  4. 여행 떠나기: 낯선 환경에서의 경험은 기억의 데이터량을 늘려,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 기간을 아주 길게 느끼게 해줍니다.

7. 결론: 시간의 속도는 당신의 도전과 비례한다

결국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라지는 것은 우리가 삶에 너무나 잘 적응했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이라는 편안함 속에 안주할 때 시간은 우리를 앞질러 달려갑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세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면 우리의 뇌는 다시금 시간의 태엽을 천천히 감기 시작할 것입니다. 시간의 양을 늘릴 수는 없어도,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것은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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